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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이재열·권현지 교수 "노동유연화 불가피…정규-비정규직 낙차는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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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50166?sid=102


이재열·권현지 교수 "노동유연화 불가피…정규-비정규직 낙차는 줄여야"


이재열·권현지 교수가 본 

AI 시대 한국 노동시장


AI 혁명, 비포장도로 주행과 비슷

사람들 튕겨져 나갈 땐 속도 못내

정부, 대기업 노조들만 보호 말고

"노동 유연화 괜찮다"는 믿음 줘야

이재열(왼쪽)·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일자리의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최혁 기자

이재열(왼쪽)·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일자리의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최혁 기자


챗GPT 출시를 한 달 앞둔 2022년 10월. 한국에서는 디지털 사회 전환을 준비하기 위한 석학들의 모임이 첫발을 뗐다. ‘디지털 소사이어티’다. 모임을 주도한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발 자동화가 소수의 보호받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의 양극화 구조를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같은 과 권현지 교수는 “AI가 밀고 들어오는데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젊은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이뤄졌다.


▷AI가 노동시장을 어떻게 바꿀까요.


△이재열 교수=“현재 일자리가 있는 사람은 보호받을 거예요. 특히 거대 노조가 보호해주는 대기업이 그런 사례죠. 하지만 새롭게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은 AI 또는 로봇에 쉽게 대체될 것입니다. 미래 세대가 훨씬 더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권현지 교수=“중국에서는 이미 비슷한 흐름이 확산하고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한국에서 발생하지는 않을 거예요. 노동법 등 제도가 허용하지 않죠. 그렇더라도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중구조가 심해질 수 있겠네요.


△권 교수=“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상당수 보조 연기자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대체됐습니다.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주변부 일자리’를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보호할 권한을 (대기업 노조 등) 소수가 독점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중요한 책무가 될 겁니다.”


△이 교수=“오프로드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튕겨 나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속도를 낼 수 없겠죠. 한국 사회가 그런 구조 같아요. AI 드라이브를 걸수록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 투자가 필요하다는 거죠.”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이 교수=“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면서 노동 시장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평생 직업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어요. 변하는 환경에 맞게 재훈련되고 투자가 이뤄져야죠. 연봉제와 호봉제만 해도 30년이 넘은 낡은 제도고요. 이런 문제를 풀지 못하는 원인은 대기업 노조, 그리고 유연성을 높였을 때 위험에 처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유연해져도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스템이 진화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권 교수=“유연한 노동시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나의 낙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거죠. 정규직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시장으로) 떨어질 때 낙차가 너무 큰 사회라서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이 낙차를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입니다.”


▷지금이 적기일까요.


△이 교수=“한국의 노조가 강해질수록 양극화 구조는 심화됐어요. 30여 년 동안 공고화해졌죠. 노동자 연대를 강조한 독일, 스웨덴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AI가 충격을 주면 이 구조가 더욱 악화할 겁니다.”


△권 교수=“결정적인 시간은 맞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30년은 사회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안고 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두고 가는 시기였죠. 지금은 우리에게 그럴 사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밀고 들어오는 AI에 빠르게 적응할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